MBC 드라마 《나쁜 형사》는 냉철하고 집요한 형사 우태석과 천재 사이코패스 은선재의 대립과 협력을 통해, 복잡한 범죄와 심리를 파고드는 수사극이다. 신하균과 이설의 팽팽한 연기 대결, 몰입감 있는 연출,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로 높은 평가를 받은 작품이다. 본문에서는 드라마의 줄거리, 등장인물, 총평을 정리한다.
광기의 심연을 추적하는 형사
《나쁜 형사》는 기존 수사 드라마와는 전혀 다른 결을 가진 작품이다. 2018년 12월부터 2019년 1월까지 MBC에서 방영된 이 드라마는 단순한 사건 해결을 넘어, 인간의 심리를 깊이 있게 파고들며, 형사와 범죄자 사이의 모호한 경계선을 끊임없이 질문한다. 주인공 ‘우태석’(신하균)은 경찰 내에서 '성공률 1위'를 자랑하는 베테랑 형사다. 그는 뛰어난 직감과 분석력으로 수많은 범죄를 해결해 왔지만, 정의보다는 실적과 결과를 중시하는 현실주의자이며, 때로는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수단도 마다하지 않는 ‘나쁜 형사’다.
이러한 우태석 앞에 어느 날 자신을 살인 용의자로 지목하는 의문의 여대생 ‘은선재’(이설)가 나타난다. 겉보기에는 지극히 평범한 듯한 그녀는 사실 천재적 두뇌와 섬뜩한 심리를 지닌 잠재적 사이코패스이며, 우태석은 그녀가 과거 미해결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일 수 있음을 직감하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은선재가 명확한 증거를 남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태석은 점점 그녀에게 이끌리듯 빠져들고, 협조자인지 공범자인지 모호한 관계를 맺게 된다. 드라마는 이후 우태석이 자신의 과거와 직면하게 되고, 그가 놓친 진실, 그리고 자신이 묵과했던 부패한 수사 시스템에 대한 회의와 분노 속에서 자기 방식의 정의를 실현하려는 과정을 그린다. 《나쁜 형사》는 단순히 범죄자를 검거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형사 스스로의 심리적 어둠, 죄책감, 분노, 복수심 등을 조명하며 범죄와 수사의 윤리적 경계, 그리고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해 지속적으로 물음을 던진다. 스토리는 2013년 BBC의 《루터(Luther)》를 모티브로 제작되었지만, 한국 사회와 정서에 맞게 각색되며 특유의 무게감과 몰입도를 자랑한다.
선과 악의 경계에서 살아가는 자들
《나쁜 형사》는 강렬한 캐릭터 중심 드라마다. 주요 인물들은 모두 명확한 목표와 심리적 동기를 지니며, 그들의 대립과 협업이 극 전체의 서사를 끌고 간다.
우태석 (신하균)은 주인공이자 형사로, 냉철한 이성과 뛰어난 수사력을 지녔지만 그만큼의 냉소주의와 어두운 과거를 가진 인물이다. 정의와 결과 사이에서 항상 갈등하며, 법보다는 '필요한 수단'을 택하는 현실주의자다. 하지만 사건을 겪으며 점점 자신이 놓친 진실과 마주하게 되고, 정의에 대한 감정도 회복해 나간다. 신하균은 특유의 내면 연기로 형사의 복잡한 감정선을 깊이 있게 표현했다.
은선재 (이설)는 지능이 뛰어나고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인물이다. 겉으로는 차분하지만, 내면에는 광기와 혼란이 공존한다. 그녀는 자신의 과거와 트라우마로 인해 살인 충동과 죄의식 사이에서 고통받는다. 은선재는 우태석에게 일종의 거울 같은 존재이며, 그의 윤리적 한계를 시험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이설은 이 복합적인 인물을 세밀하게 그려내며 강렬한 존재감을 남겼다.
전춘만 (김건우)은 경찰청 내부의 고위 간부로, 형식적인 정의를 앞세우지만 실제로는 자기 보신과 권력 유지를 우선시하는 인물이다. 그는 우태석의 방법론을 비난하지만, 결국 드러나는 진실은 그 역시 정의와 거리가 먼 선택을 해왔음을 보여준다.
장형민 (박호산), 정수은 (배유람), 문국호 (신승환) 등 각기 다른 위치에 있는 형사들과 주변 인물들은 극의 리얼리티를 살리고, 현실적 수사 환경과 내부 갈등을 더욱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형사들 간의 팀워크, 조직 내 정치, 수사 방식의 차이 등은 현실의 경찰 조직을 반영하며 단순한 범죄 해결 드라마를 넘는 깊이 있는 장르물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한다.
정의와 감정, 그 모호한 경계에 선 수사극
《나쁜 형사》는 범죄와 수사라는 장르적 틀 안에서 형사라는 존재의 본질과, 인간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는 드라마다. 형사 우태석은 단순한 '히어로'가 아니다. 그는 실수를 하고, 때로는 편법을 쓰며, 자신조차 정의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안다. 그러나 그 안에서도 누군가는 정의를 지키려 애써야 한다는 신념은 드라마를 관통하는 중심 메시지다. 드라마는 느릿한 전개보다는 사건 중심의 빠른 호흡을 택했지만, 그 속에서도 인물의 내면과 감정선을 놓치지 않고 긴장감 있게 풀어낸다. 신하균과 이설의 연기 앙상블은 극의 완성도를 끌어올린 결정적인 요소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은 ‘착한 형사’라는 전형에서 벗어나 불완전하고 현실적인 형사를 그려냄으로써, 시청자에게 '정의란 무엇인가', '형사의 자격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연출은 어둡고 묵직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미학적으로 세련된 장면 구성과 사운드 연출을 통해 몰입감을 높였으며, 심리적 서스펜스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차별화된 수사극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결론적으로 《나쁜 형사》는 범죄와 인간 심리를 교차시켜 수사극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작품이며, 주제성, 정보성, 독창성을 갖춘 고품질 콘텐츠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