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스》는 인간의 선악이 유전으로 결정되는지를 묻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한 평범한 청년이 연쇄살인사건을 계기로 내면의 괴물성과 마주하게 되는 심리 스릴러 드라마다. 사이코패스 유전자라는 흥미롭고 위험한 소재를 중심으로,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형사들과 용의자의 심리적 변화를 통해 인간의 본성과 도덕의 경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충격적인 반전과 촘촘한 복선, 배우들의 몰입도 높은 연기로 한국 장르물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이코패스 유전자, 인간은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
《마우스》는 2021년 tvN에서 방영된 20부작 드라마로, 사이코패스 유전자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중심으로 ‘악은 유전되는가’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며 시작된다. 이야기는 어린 시절부터 폭력적인 성향을 보였던 연쇄살인범 한서준(안재욱)이 사이코패스 유전자를 지닌 상태로 의사로서 완벽한 위장 생활을 해오다 결국 체포되며 시작된다. 그와 동시에 정부는 ‘사이코패스 유전자’ 여부를 태아 상태에서 진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며 사회적 논란이 발생한다. 시간이 흘러, 성실하고 다정한 신입 순경 정바름(이승기)이 동네 사람들에게 신뢰를 받으며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어느 날 발생한 잔혹한 연쇄살인사건으로 인해 정바름의 인생은 완전히 뒤바뀌게 된다.
사건을 추적하던 강력계 형사 고무치(이희준)는 자신의 가족을 잃은 트라우마와 정의 실현에 대한 집착으로 잔혹한 사건의 배후를 파헤친다. 그는 연쇄살인범을 잡기 위해 점차 본능적인 방식으로 치닫으며 윤리적 딜레마에 빠진다. 이와 동시에 정바름은 뇌 이식 수술을 받게 되며 자신 안에 존재하지 않았던 충동, 기억, 감정 등을 경험하면서 ‘내가 정말 착한 사람인가’에 대한 의심을 갖게 된다. 그의 변화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큰 충격을 안기며 이야기는 본격적인 심리 스릴러로 전환된다. 사이코패스 유전자 이식이라는 비현실적인 설정 속에서 드라마는 인간의 본성과 악의 기원을 현실적인 사건과 정서로 치밀하게 풀어낸다. 중반 이후부터는 정바름의 정체와 과거 사건의 진실, 그리고 주변 인물들과 얽힌 복잡한 인연들이 드러나며 복선들이 하나씩 회수된다. 결국 드라마는 ‘사람은 본래 악한가, 아니면 환경이 그렇게 만드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남기며 폭력과 정의, 감정과 이성 사이의 균열을 보여준다.
다면적 인간성과 윤리적 갈등
《마우스》의 인물들은 단순한 선악의 이분법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각자의 과거와 심리, 선택의 무게를 지닌 채 이야기 속에서 복잡한 내면을 드러낸다.
정바름 (이승기)은 처음에는 다정하고 성실한 경찰로 등장하지만, 사이코패스 살인범의 뇌를 이식받은 후 점차 본성에 혼란을 겪는다. 그는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기 시작하면서도 점점 잔인한 행동을 저지르게 되고, 자신이 ‘괴물’이 된 것은 아닌가에 대한 깊은 자기 의심에 빠진다. 결국 정바름은 도덕성과 본능 사이에서 끊임없는 내적 갈등을 겪는다.
고무치 (이희준)는 어릴 적 가족을 잔혹하게 잃은 뒤 경찰이 되어 연쇄살인범을 쫓는다. 거칠고 폭력적인 수사 방식으로 비난받지만, 그 안에는 피해자에 대한 연민과 범죄에 대한 분노가 가득하다. 정바름과는 상반된 태도를 보이면서도 결국 그 역시 자신 속의 ‘분노’가 정의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것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된다.
최홍주 (경수진)는 정바름의 이웃이자 방송국 PD로, 사건을 따라가는 취재 과정에서 정바름의 변화에 혼란을 겪고 신뢰와 의심 사이에서 갈등한다. 그녀의 시선은 시청자가 정바름을 바라보는 관점을 대변한다.
한서준 (안재욱)은 과거의 살인범이자 유전자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로, 의사라는 사회적 신뢰를 악용해 범행을 저질렀다. 그의 캐릭터는 ‘사이코패스는 외형으로 구별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상징하며 극 전체의 공포감을 강화한다.
이 외에도 유전자 연구자, 수사 기관, 피해자 가족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해 사건을 입체적으로 구성하며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까지도 암시한다.
장르물 이상의 철학적 문제 제기
《마우스》는 단순한 범죄 추적 드라마를 넘어서 인간의 본성과 윤리에 대한 심오한 질문을 던진 작품이다. 드라마가 보여준 가장 큰 강점은 ‘선악은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라는 철학적 주제를 스릴러라는 장르 속에 녹여냈다는 점이다. 그 과정에서 시청자는 인물의 내면을 따라가며 자신의 가치관과 도덕적 판단까지도 되돌아보게 된다. 촘촘하게 구성된 복선과 반전, 정교한 연출과 음악은 장르물로서의 완성도를 높였고, 이승기와 이희준을 비롯한 배우들의 열연은 심리 변화와 갈등을 설득력 있게 전달했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은 ‘악’이 단순히 타고나는 것인지, 아니면 사회와 환경, 기억과 감정 속에서 자라나는 것인지에 대해 다층적인 시선을 제시한다. 이 드라마는 호불호가 갈릴만큼 무거운 주제와 잔혹한 전개를 담고 있지만, 그만큼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며 단순한 ‘범인 찾기’를 넘어 인간과 사회에 대한 깊은 성찰로 이어진다. 《마우스》는 한국 드라마에서 보기 드문 심리-철학적 스릴러라는 점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으며, 장르의 경계를 확장시킨 문제작이자 수작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