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교사 안은영》은 정세랑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로, 보이지 않는 젤리 형태의 정체불명의 존재를 퇴치하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보건교사 안은영이 주인공이다. 현실과 판타지, 청춘과 힐링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특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상처 입은 사람들의 내면을 비추고 보듬는 이야기를 펼쳐낸다. 정유미와 남주혁의 안정된 연기와 더불어, 시각적 실험과 상징성이 결합된 서사는 장르의 틀을 넘어서는 서정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보이지 않는 젤리와 싸우는 교사 – ‘보건교사 안은영’ 줄거리 요약
《보건교사 안은영》은 정세랑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2020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6부작 판타지 드라마이다. 이 작품은 ‘보이지 않는 존재’인 젤리를 보는 능력을 가진 여성 ‘안은영’이 고등학교 보건교사로 부임하면서, 학교에 퍼져 있는 괴이한 에너지와 그로 인한 사건들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기본적으로는 ‘학원물’이라는 장르적 외피를 두르고 있으나, 실상은 성장, 치유, 사회적 은유 등 다양한 테마를 내포한 복합장르물이라 할 수 있다. 주인공 안은영(정유미 분)은 어린 시절부터 남들은 볼 수 없는 젤리를 보는 능력을 가지고 살아왔다. 이 젤리는 인간의 욕망, 고통, 기억 등이 응축된 형체 없는 에너지로, 때로는 생명체처럼 행동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해를 끼친다. 이러한 능력으로 인해 은영은 오랫동안 타인과 거리를 두고 살아왔으며, 자신이 특별하지만 동시에 외롭다는 사실을 체념한 채 살아간다. 은영은 새롭게 부임한 고등학교에서 다양한 젤리 현상을 접하게 된다. 학교 지하에는 강력한 에너지가 집중된 공간이 존재하고, 그 중심에는 한문 교사 ‘홍인표’(남주혁 분)가 있다. 인표는 스스로는 특별한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에너지를 조절하고 차단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은영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역할을 자각하게 된다. 이야기는 매 에피소드마다 서로 다른 사건을 다루며, 학교 안팎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젤리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단순한 괴이 현상이나 호러적 요소를 넘어, 왕따 문제, 가정폭력, 청소년의 정체성, 죽음과 상실 등 사회적 이슈를 상징적으로 담아낸다. 특히 젤리는 외부에서 침입한 괴물이 아니라, 인간 내부에서 생성된 감정의 산물이기에, 은영의 싸움은 단순한 ‘퇴치’가 아니라, 상처와의 대면이며 이해의 과정이기도 하다. 스토리는 점차 은영과 인표가 함께 팀을 이루어, 학교와 학생들 속에 잠재된 어두운 에너지와 마주하며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로 성장하는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에피소드들은 비선형적이면서도 상징적인 구조를 통해 감각적으로 흘러가며, 대중적인 서사보다는 서정성과 은유에 집중한 방식으로 전달된다. 결국 《보건교사 안은영》은 젤리라는 기묘한 형상을 통해, 우리 사회가 숨기고 있는 상처와 감정, 존재들의 외로움을 은유하며, 그것들을 어떻게 돌보고 이해할 수 있을지를 질문하는 작품이다.
등장인물 분석 – 상처 입은 사람들의 은유적 초상
《보건교사 안은영》의 인물들은 모두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 선 존재들로, 각자의 방식으로 고통과 외로움, 책임을 짊어지고 살아간다. 단순한 역할 수행이 아니라, 인간 내면의 다양한 결들을 드러내는 상징적 인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상징성과 복합성은 이 드라마의 핵심이다. 안은영(정유미 분)은 작품의 중심인물로, 보건교사이자 ‘젤리 퇴치사’로서 이중생활을 하는 인물이다. 그녀는 자신이 보는 ‘젤리’의 존재로 인해 오래도록 타인과 벽을 두고 살아왔다. 타고난 능력으로 인해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항상 싸움의 최전선에 서 있는 인물로서, 내면에는 깊은 외로움과 고단함이 배어 있다. 하지만 학생들을 해치는 젤리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책임지려는 윤리적 자의식이 강한 인물이며, 그 싸움은 곧 ‘이해받지 못한 사람으로서의 생존 투쟁’이기도 하다. 홍인표(남주혁 분)는 한문 교사로, 처음에는 자신이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은영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이 ‘어떤 것을 차단하는 능력’을 지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의 능력은 에너지를 ‘차단’하는 것으로, 은영과는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형성한다. 인표는 소심하지만 진중하고, 타인의 아픔에 공감할 줄 아는 섬세한 성격의 소유자이며, 은영의 싸움을 함께 감당하려는 ‘동반자’로서 점차 변모해 간다. 맥 선생, 해준 학생, 체육교사 등 주변 인물들도 젤리와 연결된 사건 속에서 각자의 상처를 드러내며, 이 드라마의 주제의식을 확장시킨다. 특히 학생들의 에피소드에서는 성장통, 가족 문제, 정체성의 혼란 등이 젤리라는 환상적 기제로 형상화되며, 각 인물의 감정은 현실적인 공감을 자아낸다. 흥미로운 점은 ‘악역’이라 불릴 만한 인물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등장하는 젤리는 악의적인 존재라기보다, 억눌린 감정이나 상처가 뭉쳐진 결과물이며, 은영은 그것을 물리적으로 퇴치하면서도 근본 원인을 이해하고 치유하려는 입장을 견지한다. 이러한 구조는 ‘악의 처벌’보다는 ‘이해와 회복’에 초점을 둔 서사 전략으로, 흔한 판타지물과 차별화된다. 인물 간의 관계 역시 단순히 기능적이지 않으며, 은영과 인표의 파트너십은 전형적인 로맨스로 흐르지 않고, 감정의 교류와 신뢰의 형성, 책임의 공유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구축된다. 이 드라마의 인물들은 마치 하나의 ‘사회적 은유’처럼 작동하며, 개인의 외로움이 공동체의 무관심 속에서 어떻게 치유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작품 총평 – 판타지로 그려낸 치유와 연대의 이야기
《보건교사 안은영》은 한국 드라마에서 보기 드문 상상력과 미장센, 그리고 주제의식을 품은 작품으로, 단순히 ‘괴이한 존재와의 싸움’을 넘어서 ‘감정과 상처, 사회의 균열’에 대한 상징적 성찰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은 분명 대중적인 서사 구조를 따르지 않기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그 실험적 시도와 문학적 깊이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우선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젤리’라는 존재를 통한 비유적 서술이다. 젤리는 사람들의 억눌린 감정이나 해소되지 않은 상처가 만들어낸 것으로, 눈에 보이지 않지만 현실에 강한 영향을 미치는 존재다. 이로써 드라마는 가시적인 폭력보다 더 무서운 ‘정서적 균열’을 시각화하며, 감정의 찌꺼기와 기억의 트라우마를 형상화하는 데 성공한다. 연출 측면에서는 다채로운 색감과 독특한 소품, 몽환적 분위기의 배경 음악 등이 결합되어 독특한 미적 세계관을 구축한다. 젤리의 표현 방식이나 전투 장면은 다소 유쾌하면서도 기이한 느낌을 주며, 이로 인해 긴장과 감정이 한꺼번에 교차하는 독특한 시청 경험을 선사한다. 정유미와 남주혁의 연기는 이런 독특한 세계관 속에서도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게 중심을 잡아준다. 작품의 주제는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능력’에 대한 이야기다. 단순히 초능력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기저에 숨겨진 진심을 읽고, 말로 하지 않아도 누군가의 상처를 알아보고 보듬는 것. 이는 현대 사회에서 점점 더 결핍되고 있는 ‘공감’과 ‘연결’의 가치에 대한 일종의 경고이자 메시지로 읽힌다. 물론 이 작품은 전통적인 이야기 구조나 장르적 쾌감에 익숙한 시청자에게는 다소 낯설고 불친절할 수 있다. 젤리의 설정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부족하고, 각 에피소드가 직선적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논리적 연결’보다는 ‘정서적 흐름’에 초점을 둔 이야기 방식이라는 점에서, 문학적 감성과 추상적 메시지를 중시하는 시청자에게는 매우 흡인력 있게 다가갈 수 있다. 결론적으로, 《보건교사 안은영》은 단순한 초능력 판타지물이 아니라, 우리가 외면해 온 감정과 상처를 응시하고 그것을 치유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드는 방식으로 ‘보건’이라는 단어의 진정한 의미 몸과 마음을 돌보는 일을 되새기게 만드는 작품이며, 장르적 실험과 문학적 상상력의 교차점에서 한국 드라마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수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