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N 드라마 《빈센조》는 마피아 출신 한국계 변호사 ‘빈센조 까사노’가 부패한 대기업과 맞서며 벌이는 통쾌한 복수극이자 사회 풍자극이다. 이탈리아와 한국이라는 이중 배경, 블랙코미디와 법정극의 결합, 정의와 악의 비틀린 경계 등 다양한 장르적 요소가 혼재되어 있는 이 드라마는 송중기의 연기 변신과 함께 독특한 몰입감을 제공한다. 단순한 복수극을 넘어서 권력과 정의의 본질, 그리고 사회적 부조리에 대한 문제제기를 던지는 작품으로 많은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마피아와 정의가 만나는 지점
2021년 tvN에서 방영된 《빈센조》는 한국계 이탈리아 마피아 ‘빈센조 까사노’가 한국으로 귀국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 작품은 단순한 범죄 드라마나 법정 드라마의 틀을 넘어, 사회 비판적 요소와 블랙코미디를 적절히 조합한 독특한 장르물로 주목받았다. 총 20부작으로 구성된 이 드라마는 정의와 악, 법과 불법, 복수와 구원의 경계를 유려하게 넘나들며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 라인을 선보였다. 줄거리의 중심에는 이탈리아 마피아 콘실리에리였던 빈센조 까사노(송중기 분)가 있다. 그는 조직 내 권력 다툼에서 밀려 한국으로 귀국하게 되고, 목적은 단 하나다. 과거 자신이 숨겨둔 금괴가 ‘금가플라자’라는 낡은 건물 지하에 보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당 건물은 이미 여러 세입자들이 점유하고 있으며, 그 위에는 대형 로펌 ‘우상’이 연루된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빈센조는 자신의 금을 찾기 위해 금가플라자의 세입자들과 점차 엮이게 되고, 이들과의 관계는 그가 이 땅에서 또 다른 정의를 실현해 가는 계기가 된다. 초반에는 빈센조의 목적은 금괴 회수에 집중되어 있으나, 이후 전개는 대기업 ‘바벨그룹’의 부패와 그에 협력하는 ‘우상로펌’의 비리를 폭로하고 응징하는 방향으로 전환된다. 바벨그룹은 제약, 건설, 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군을 통해 불법적 이익을 취하며, 사회 전반에 걸쳐 악의 축으로 군림한다. 특히 바벨의 회장인 장준우(옥택연 분)는 겉으로는 순박한 인턴이지만, 실제로는 잔혹하고 계산적인 인물로 극 중반부터 본격적인 대결구도를 형성한다. 빈센조는 정의라는 이름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는 마피아의 방식으로, 법이 처벌하지 못하는 악을 가차 없이 제거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세입자들과 한 팀이 되어 다양한 전략을 수립하며, 블랙코미디 형식으로 가볍게 포장되지만, 실상은 매우 무거운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법이 외면하는 정의, 권력이 감싸는 범죄, 그리고 선의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현실 속에서 빈센조는 냉철한 복수자이자 또 다른 정의의 집행자로 기능한다. 드라마는 매회 긴장과 반전, 감정선을 오가는 구성을 유지하며 시청자에게 높은 몰입도를 제공했다. 중반부 이후는 감정의 응축이 극에 달하면서, 단순한 오락 드라마 이상의 사회 고발적 기능을 수행한다. 특히 로펌, 검찰, 언론 등 권력을 가진 기관들이 어떻게 부패에 가담하고, 무력화되는지를 보여주는 방식은 매우 사실적이며, 대중들의 공감대를 자극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결국 《빈센조》는 정의가 반드시 윤리적일 필요는 없으며, 때로는 악이 악을 처벌해야 한다는 아이러니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는 기존의 법정 드라마나 수사물과는 차별화된 지점으로, 시청자에게 통쾌함과 동시에 씁쓸함을 함께 전달하는 방식으로 평가받는다.
마피아 변호사부터 사이코 회장까지
《빈센조》의 핵심 인물들은 모두 단순한 역할 이상으로, 상징성과 인간적 입체성을 지닌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다. 주인공 빈센조 까사노를 비롯하여 장준우, 홍차영, 금가플라자 세입자들 등은 각각 독립적인 성격과 서사를 가지고 있으며, 이들이 만들어내는 유기적 구성이 드라마의 몰입도를 높였다. 빈센조 까사노(송중기 분)는 한국에서 태어나 이탈리아로 입양된 후 마피아 조직의 법률 고문, 즉 콘실리에리로 성장한 인물이다. 그는 법을 수단으로 활용하는 데 능숙하며, 냉정한 판단력과 행동력을 지녔다. 한국에 돌아온 후에도 인간적인 감정보다는 철저한 계산과 복수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지만, 금가플라자 사람들과 함께 지내면서 점차 감정적으로 변화한다. 그러나 정의를 실현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끝까지 비타협적이며, 결국 바벨그룹과 우상로펌의 주요 인사들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정의를 실현한다. 그의 인물상은 ‘정의로운 악인’이라는 복합적 성격을 통해 현대 사회의 윤리적 모순을 드러낸다. 홍차영(전여빈 분)은 아버지 홍유찬 변호사의 죽음을 계기로 빈센조와 함께 행동하게 되는 인물이다. 초반에는 철저한 현실주의자이자 약자에게 냉정한 법조인이지만, 사건을 겪으며 정의와 진실에 눈을 뜬다. 그녀는 빈센조의 방식에 점차 동화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악에 맞서는 법을 배운다. 감성적이면서도 이성적인 판단력을 갖춘 인물로, 빈센조의 감정적 균형을 이루는 존재이다. 장준우(옥택연 분)는 이 드라마의 가장 충격적인 캐릭터 중 하나다. 초반에는 바보스러운 로펌 인턴으로 등장하지만, 이후 바벨그룹의 진짜 회장이라는 정체가 드러나며 극의 중심 악역으로 변모한다. 그는 사이코패스적인 성향과 전략가적인 면모를 동시에 갖춘 인물로, 빈센조와 대립하며 점점 더 잔혹해진다. 이중적인 캐릭터 설정과 예측 불가능한 전개는 드라마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핵심 동력이 되었다. 최명희(김여진 분)는 우상로펌의 악랄한 변호사로, 장준우의 조력자이자 전략가이다. 그녀는 법을 철저히 권력의 도구로 활용하며, 정당성과 도덕성에는 무관심한 캐릭터다. 무자비하면서도 냉정한 판단력으로 악을 정당화하는 인물로 묘사되며, 대한민국 법조 시스템의 부패상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존재이다. 금가플라자 세입자들도 각각 고유한 개성과 역할을 지니며, 단순한 조연이 아니라 극의 중심축 중 하나로 기능한다. 해커 남주성, 태권도 사범 탁홍식, 전직 깡패 이철욱 등은 빈센조와 함께 바벨그룹에 맞서며, 유쾌한 분위기를 조성함과 동시에 드라마의 정의 실현 구조를 완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체적으로 《빈센조》의 인물들은 단선적인 선과 악의 구도를 벗어나, 각자의 선택과 사연, 가치관을 통해 극을 입체적으로 구성한다. 그리고 이러한 입체성은 시청자들에게 각 인물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감정적 접근을 가능하게 만든다.
정의를 말하지만 법을 넘다
《빈센조》는 단순히 잘 만든 오락 드라마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작품이다. 이 작품은 권력과 법, 정의와 악의 이중성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며, 그것을 블랙코미디와 범죄극이라는 장르를 통해 시청자에게 날카롭게 전달한다. 특히 ‘법으로는 처벌할 수 없는 악’에 대해 마피아식 응징이 정의로 기능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제기는 드라마의 핵심 주제이자 관통하는 메시지다. 드라마의 연출은 전체적으로 긴장과 유머, 감정과 냉정 사이의 균형을 잘 유지했다. 김희원 감독 특유의 세련된 화면 구성과 빠른 전개, 적절한 음악 사용은 극의 몰입도를 극대화하였다. 각 회차마다 반전을 삽입하거나 장르적 요소를 가볍게 비틀어주는 연출 방식은 전통적인 법정극과는 차별화된 매력을 발산하였다. 배우들의 연기도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결정적이었다. 송중기는 기존의 이미지에서 탈피해 냉혈한 마피아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소화했으며, 전여빈은 감정의 진폭이 큰 홍차영 역을 안정감 있게 표현하였다. 특히 옥택연은 기존의 아이돌 이미지를 완전히 깨는 사이코패스 악역 연기로 호평을 받으며 커리어 전환점이 되었다. 서사적으로도 《빈센조》는 통속적인 복수극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사회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담아냈다. 불의한 자들이 법과 제도를 악용해 권력을 유지하는 현실 속에서, 주인공이 선택하는 방식은 단순한 폭력이나 보복이 아니라, 시스템을 정교하게 이용한 전략적 응징이다. 이러한 설정은 시청자들에게 단순한 카타르시스를 넘어,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또한 금가플라자라는 공동체는 한국 사회의 다층적 현실을 축소한 상징 공간으로 기능한다. 각 세입자들은 다양한 계층과 직업, 과거를 지닌 인물들이며, 이들이 힘을 합쳐 거대 권력에 맞서는 모습은 연대와 공동체 의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는 드라마가 단지 한 개인의 복수극이 아닌, 사회적 메시지를 품은 집단극으로 읽힐 수 있게 만든다. 결론적으로 《빈센조》는 장르적 재미와 사회적 메시지, 개성 있는 캐릭터, 세련된 연출이 조화를 이룬 완성도 높은 드라마였다. 법이 정의를 실현하지 못할 때, 어떤 방식이 정당성을 가질 수 있는지를 냉정하게 묻는 이 드라마는, 통쾌한 전개와 동시에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빈센조》가 단순한 히트작을 넘어, 오랫동안 기억될 수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