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 드라마 《상속자들》은 재벌 고등학생들의 사랑과 갈등, 계급 차이 속에서도 피어나는 청춘의 성장기를 그린 작품으로, 이민호와 박신혜의 만남으로 방영 전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펼쳐지는 이야기, 엘리트 고등학교라는 특수한 배경 속에서 벌어지는 권력 다툼, 사랑의 삼각관계, 가족 간의 갈등 등 복합적인 요소를 담은 이 드라마는 단순한 학원 로맨스를 넘어, 계층의 벽과 선택의 무게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금수저와 흙수저가 마주한 세계
2013년 방영된 SBS 드라마 《상속자들》은 고등학생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학원 로맨스이지만, 그 배경은 단순한 학교를 넘어서 한국 사회의 경제적 양극화와 계급 구조를 반영하고 있다. 드라마는 상류층 자제들이 모인 ‘제국고등학교’를 무대로, 각기 다른 배경을 지닌 학생들의 사랑과 우정, 갈등과 성장을 이야기의 중심에 둔다. 주인공 김탄(이민호 분)은 한국 굴지의 재벌가 제국그룹의 둘째 아들이자, 형과 계모에게 소외되어 미국으로 보내진 인물이다. 그는 겉으로는 자유롭고 반항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내면에는 상처와 외로움을 품고 있다. 미국에서 생활하던 중, 우연히 온갖 일을 하며 살아가는 차은상(박신혜 분)과 만나게 되고, 그녀의 진솔하고 따뜻한 태도에 점차 끌리게 된다.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의 배경이 너무나도 다르다는 현실을 곧 깨닫게 된다. 차은상은 가난한 가정에서 자란 소녀로, 청각장애를 가진 어머니와 함께 살아간다. 언니의 결혼 문제로 미국에 왔다가 김탄을 만나게 되고, 그의 집에서 머물게 되면서 두 사람은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이후 은상은 한국으로 돌아와 제국고등학교에 전학을 오고, 그곳에서 다시 김탄과 재회하게 된다. 제국고는 상류층 자제들로만 구성된 고등학교로, 은상은 이곳에서 철저한 ‘을’의 입장에 놓인다. 그녀는 김탄과 가까워지며 주위의 질시와 차별을 받게 되고, 특히 김탄의 약혼녀 유라헬(김지원 분)의 견제와, 제국그룹 후계자인 최영도(김우빈 분)의 관심 속에 복잡한 관계의 중심에 서게 된다. 최영도는 반항적이고 냉소적인 성격을 지녔지만, 은상에게만은 점점 진심을 드러낸다. 김탄은 은상을 향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고백하지만, 재벌가의 후계자로서 감당해야 할 가족의 반대, 회사의 미래, 형 김원(최진혁 분)의 경계 속에서 끊임없이 갈등한다. 은상 역시 자신의 처지와 현실 앞에서 김탄의 곁을 지키는 것이 옳은 일인지 고민하게 된다. 드라마는 단순한 연애 이야기로 보일 수 있지만, 상속자의 삶이라는 무게, 계급 간의 차이, 가족 간의 상처, 그리고 청춘의 선택이라는 복합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다. 갈등과 화해, 고통과 사랑이 반복되며, 각 인물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성장해 간다. 마지막 회에서는 김탄과 은상이 서로를 향한 믿음을 지키며 현실을 극복하려는 모습을 보이며, 열린 결말 속에서도 따뜻한 여운을 남긴다.
사랑과 계급, 선택의 갈림길
《상속자들》은 등장인물 각각의 서사가 뚜렷하며, 각자의 배경과 가치관이 드라마 전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인물들의 감정선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단순한 삼각관계를 넘어, 심리극에 가까운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김탄(이민호 분)은 재벌가의 둘째 아들이지만, 이복형제라는 이유로 정통 후계자에서 배제되어 외국에서 방황하는 인물이다. 그는 반항적인 겉모습 속에 가정에 대한 결핍, 형에 대한 그리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혼란을 품고 있다. 차은상과의 만남은 그에게 ‘선택의 기로’를 던지며, 사랑을 지키기 위해 처음으로 자신의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고자 하는 모습을 보인다. 차은상(박신혜 분)은 극단적인 현실을 살아가는 인물이다. 부모의 부재,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낙인 등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하지만, 쉽게 현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은상은 자신의 위치를 분명히 인식하고 있으며, 김탄과의 관계 속에서도 수동적인 대상이 아닌, 끊임없이 자신의 위치와 선택에 대해 고민하는 주체적 인물이다. 최영도(김우빈 분)는 제국호텔 후계자이자, 학교 내에서 김탄과 견제 관계에 있는 인물이다. 처음에는 은상을 괴롭히지만, 점점 그녀에게 진심을 보이며 인간적인 성장을 경험한다. 그는 냉소적이지만 외로운 인물이며, 아버지에 대한 반감과 어머니의 부재에서 오는 감정 결핍을 은상을 통해 치유받고자 한다. 김원(최진혁 분)은 김탄의 이복형으로, 제국그룹의 명실상부한 후계자다. 그는 철저히 현실적인 인물로, 사랑보다 기업의 안정을 우선시하며 동생 김탄과 거리감을 유지한다. 하지만 내면에서는 동생에 대한 애증과 미안함, 그리고 스스로의 외로움을 품고 있다. 그의 캐릭터는 사랑과 성공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복잡한 심리를 잘 보여준다. 유라헬(김지원 분)은 김탄의 약혼녀로, 냉정하고 이기적인 듯 보이지만 자신 역시 가족의 기대와 사회적 의무에 짓눌린 인물이다. 그녀는 은상을 적으로 간주하지만, 결국 자신도 또 하나의 피해자라는 점에서 동정의 여지가 있는 캐릭터로 완성된다. 이 외에도 제국고에 소속된 다양한 학생들 – 이효신(강하늘), 전형준(강민혁), 조명수(박형식) 등 – 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계급 구조와 부모 세대의 기대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다양한 청춘의 얼굴을 보여준다. 각각의 인물들은 자신이 처한 위치에서 충돌하고, 때로는 협력하며, 현실과 타협하거나 맞서는 과정을 통해 시청자의 감정을 자극한다.
클리셰 속에서도 빛난 청춘의 서사
《상속자들》은 전형적인 ‘금수저와 흙수저의 사랑 이야기’라는 클리셰를 바탕으로 전개되지만, 그 속에 담긴 감정의 결은 결코 얕지 않다. 드라마는 사랑이라는 주제를 중심에 두면서도, 청춘의 성장과 갈등, 계급 구조의 문제를 입체적으로 담아내고자 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사랑이 모든 걸 해결한다’는 단순한 낭만을 그리기보다는, 사랑조차도 사회적 조건과 현실의 틀 속에서 위협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김탄과 은상의 관계는 끊임없는 외부의 시선과 압력에 흔들리며, 둘 다 자발적인 선택을 해야만 하는 위치에 놓인다. 이것은 사랑의 감정뿐 아니라 ‘그 사랑을 지켜내기 위한 책임’까지도 드라마의 중심 소재로 끌어올린다. 연출과 음악 역시 작품의 감정선을 잘 뒷받침했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는 영상미, 제국고의 세련된 배경, 주인공들의 감정을 강조하는 OST는 극의 몰입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특히 윤미래, 이홍기 등이 참여한 음악은 감정의 기복을 섬세하게 잡아냈다. 연기 면에서는 이민호와 박신혜의 조합이 화제를 모았으며, 김우빈의 재발견도 이뤄졌다. 각 인물의 내면을 탄탄하게 그려낸 배우들의 연기는, 시청자들이 드라마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핵심 요소였다. 물론 클리셰적 요소가 많고, 현실적으로는 다소 과장된 설정이 일부 존재하지만, 이 드라마가 청춘에게 던지는 질문은 명확하다. ‘우리는 누구의 기대 속에서 살아가는가’, ‘우리의 선택은 얼마나 자유로운가’, ‘사랑은 얼마나 용기가 필요한가’ 같은 질문은 단지 드라마적 장치가 아니라, 현실의 청춘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전한다. 결국 청춘 드라마로서, 현실의 벽에 부딪히면서도 끝내 자신만의 삶과 사랑을 선택하려는 이들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그리고 그런 시도가 있었기에, 이 드라마는 단순한 학원 로맨스를 넘어선 기억에 남는 청춘 서사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