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무전기를 매개로, 서로 다른 시간대에 있는 형사들이 미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타임슬립 범죄수사 드라마다. 실제 한국의 미제 사건들을 모티브로 삼아 현실성과 긴장감을 더했으며, 사람과 시간, 정의와 진실의 의미를 강렬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흠잡을 데 없는 구성과 깊이 있는 캐릭터, 사회적 메시지를 모두 갖춘 수작으로, 한국 장르물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대표 드라마로 평가받는다.
시간을 관통한 목소리
《시그널》은 tvN에서 2016년 방영된 총 16부작 범죄 수사 드라마로, 실제 미제 사건을 바탕으로 타임슬립이라는 독창적 설정을 결합한 작품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현재를 살아가는 프로파일러 출신 경찰 ‘박해영’(이제훈)이 폐기 예정이던 오래된 무전기를 우연히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놀랍게도 그 무전기는 과거 1989년에 존재하던 형사 ‘이재한’(조진웅)과 연결되어 있다. 시간을 초월한 이 미스터리한 교신은 두 사람을 잇는 유일한 통로가 되고, 서로의 시간에 존재하는 사건들을 공유하며 미제 사건을 하나둘씩 해결해 나간다. 박해영은 어릴 적 친형이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자살한 사건을 계기로 경찰이 되었지만, 제도와 현실에 대한 불신을 갖고 있다. 이 무전기는 그에게 형의 죽음, 그리고 과거의 진실을 밝힐 수 있는 단서이자 희망이 된다. 이재한은 과거 경찰 조직 내 부조리와 거대한 권력 앞에서도 정의를 지키려 했던 형사다. 하지만 미궁 속 사건을 수사하던 중 어느 순간 ‘실종’되고 만다. 그의 행방은 현재에서도 여전히 미궁 속이다.
현재와 과거, 서로 다른 시간대에 있는 해영과 재한은 무전을 통해 정보를 교환하고 각자의 시간 속에서 사건을 실마리로 풀어나간다. 이 과정에서 형사 ‘차수현’(김혜수)이 두 시간대를 잇는 인물로 등장하며 이야기의 중심축이 더욱 단단해진다. 《시그널》은 화성연쇄살인사건, 군산 여고생 유괴사건, 남영동 대공분실 고문 사건 등 실제 한국 사회를 뒤흔든 미제 사건을 드라마적 상상력으로 재구성하여 극의 현실성과 감정 몰입도를 높인다. 드라마는 단순히 범인을 찾는 데 그치지 않고 정의가 얼마나 뒤늦게 도착하는가, 진실은 어떻게 왜곡되는가에 대한 사회적 메시지를 강하게 던진다. 무전이라는 장치는 단순한 SF 요소가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잇는 ‘정의의 연결선’으로 작용하며 시청자에게 깊은 울림을 남긴다.
정의를 향한 세 사람의 시간
《시그널》의 중심에는 각기 다른 시대를 살아가며 그러나 같은 정의를 향해 나아가는 세 명의 형사가 있다.
박해영 (이제훈)은 현재를 살아가는 프로파일러 출신 형사로, 어릴 적 형의 억울한 죽음을 목격한 경험은 그에게 정의에 대한 회의감을 남겼다. 하지만 과거로부터 걸려온 무전은 그에게 다시금 진실을 향한 열망을 불러일으킨다. 냉소적인 외면 뒤에는 깊은 책임감과 인간적인 면모가 있다.
이재한 (조진웅)은 1980~90년대를 살아가는 형사로, 당시 조직 내 비리를 목격하면서도 정의와 양심을 저버리지 않는 인물이다. 그의 수사는 늘 상부의 압력과 충돌하지만 끝까지 피해자의 편에 서려 노력한다. 무전을 통해 해영과 연결되면서 자신의 사건을 바꾸기 위해 운명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차수현 (김혜수)은 현재 강력계 팀장으로, 과거 이재한과는 사제지간이자 마음속 깊은 감정을 품었던 인물이다. 냉정하고 단단한 외면과 달리 이재한의 실종 이후 그의 행방과 진실을 집요하게 추적해 온 인물로, 해영과 재한 사이에서 교두보 역할을 한다.
이외에도 권력을 지닌 자들이 범죄를 은폐하거나 제도적 허점으로 인해 사건이 왜곡되고 피해자가 외면당하는 현실 등이 수많은 인물의 입을 통해 드러난다. 특히 각 사건에서 등장하는 피해자 가족, 무능한 지휘부, 언론의 왜곡 등은 실제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고스란히 반영하며 드라마의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시간을 넘어선 정의는 도달하는가
《시그널》은 단순히 흥미로운 설정이나 트릭 위주의 수사극이 아니다. 이 작품이 전하는 핵심은 “정의는 반드시 도착한다”는 믿음이다. 그 도착이 아무리 늦더라도, 누군가는 그 길을 향해 끊임없이 걷고 있다는 메시지를 감동적으로 전달한다. 특히 시그널은 타임슬립이라는 판타지 요소를 차용하면서도 극도로 현실적인 사건과 인간 군상을 통해 사실성과 감정을 동시에 잡는 데 성공했다. 연출과 각본은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사건과 인물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조율하며 시청자로 하여금 몰입을 멈출 수 없게 만든다. 이제훈, 김혜수, 조진웅 세 배우의 호연은 극의 무게감을 단단하게 받쳐주며, 각자의 시대에서 부딪히는 정의와 갈등을 현실감 있게 표현해 냈다. 또한 음악, 미장센, 편집 등 기술적인 부분도 뛰어나 tvN 장르물의 기준을 한 단계 높인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시그널》은 “사건은 끝났지만 진실은 남는다”는 주제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아픈 기억을 돌아보게 하며 동시에 미래의 가능성 또한 제시한다. 이 드라마는 한국 범죄 장르물의 새 지평을 열었으며, 국내외 많은 드라마 팬들로부터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진정한 수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