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지프스: the myth》는 시간여행과 미래 기술을 중심으로 구성된 한국형 SF 드라마로, 현재와 미래가 얽힌 복잡한 구조 속에서 인간 존재와 선택의 무게를 묻는 작품이다. 천재 공학자 한태술과 미래에서 온 여전사 강서해가 현실과 미래, 음모와 진실 사이를 넘나들며 세계를 구하려는 여정을 그린다. 방대한 설정과 시간 역행 구조, 그리고 인간의 본성과 운명에 대한 질문을 중심으로 하는 이 드라마는 시청자들에게 도전적인 메시지를 던지며 논란과 호평을 동시에 이끌어낸 작품이다.
시간여행과 존재의 역설, ‘시지프스’ 줄거리 요약
JTBC에서 2021년 방영된 《시지프스: the myth》는 대한민국에서 보기 드문 본격 SF 드라마로, 시간여행과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현재와 미래를 넘나드는 대서사를 담고 있다. 제목 ‘시지프스’는 그리스 신화 속 끊임없이 바위를 밀어 올리는 형벌을 받은 인물에서 따온 것으로, 반복되는 운명과 인간의 무력함, 혹은 희망을 상징하는 메타포로 사용된다. 드라마는 이러한 상징을 극 전체에 걸쳐 주요 테마로 삼아 전개된다. 이야기는 천재 공학자 한태술(조승우 분)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는 한국 최대 기술 기업 퀀텀 앤 타임의 공동 창립자이자 천재 엔지니어로, 세상을 놀라게 할 기술력을 보유한 인물이다. 그러나 10년 전 형 한태산의 갑작스러운 실종 이후 죄책감과 환각에 시달리며 외형적 성공과 달리 내면은 불안정하다. 어느 날 비행기 사고를 계기로 그는 형의 실종과 관련된 미스터리를 파헤치기 시작하고, 이 과정에서 ‘업로더’라는 시간 이동 기술의 존재를 알게 된다. 동시에 미래에서 온 강서해(박신혜 분)가 현재로 넘어오며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서해는 한태술을 지키기 위해 미래에서 온 전사로, 앞으로 10년 후 대한민국은 폐허가 되고 인간 문명은 붕괴에 이른다. 그 원인을 제공한 것이 바로 한태술이 만든 업로더 기술이라는 점에서, 서해는 한태술을 만나 기술 개발을 막거나 방향을 바꾸려 한다. 드라마는 현재와 미래, 기억과 운명의 교차 속에서 두 인물이 서로를 이해하고 운명을 바꾸려는 여정을 그린다. 주요 갈등은 정부조직 ‘컨트롤국’과의 대립, 그리고 미래를 바꾸려는 이들과 이를 막으려는 세력 간의 대결이다. 컨트롤국은 시간 여행자들을 감시하고 억제하며, 미래로부터 현재로 이동한 이들을 제거하려는 조직이다. 시간을 역행하는 구조와 각 인물의 내면 서사가 결합되면서, 드라마는 점차 단순한 SF를 넘어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 질문으로 확장된다. 과연 인간은 미래를 바꿀 수 있는가? 반복되는 고통 속에서도 다시 선택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가? 한태술과 강서해는 수많은 반복된 실패와 죽음을 경험하면서도, 희망과 선택의 가능성을 믿고 싸워간다. 이처럼 《시지프스》는 시간 이동이라는 SF적 설정을 바탕으로, 개인의 선택, 희생, 사랑, 책임감이라는 본질적인 인간의 감정과 가치를 심도 깊게 탐구한다. 드라마 후반부로 갈수록 시간의 연속성, 역행의 구조, 미래와 현재의 충돌은 점점 더 복잡하게 얽히며, 시청자의 몰입을 요구하는 작품으로 전개된다. 결말에서는 또 하나의 선택이 펼쳐지며, 진정한 희생과 미래에 대한 여운을 남기며 마무리된다.
한태술과 강서해, 그리고 세계를 둘러싼 인물 분석
《시지프스》는 중심인물 두 명을 축으로 이야기를 전개하지만, 그 주변을 구성하는 다양한 인물들 역시 극의 전개에 큰 영향을 미친다. 각 인물은 단순한 조연이 아닌, 세계관 속에서 고유한 역할과 감정선을 가진 독립된 존재로 기능하며, 복잡한 서사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가 된다. 한태술(조승우 분)은 극의 중심에 있는 주인공으로, 천재성과 불안정함을 동시에 지닌 인물이다. 그는 형의 실종 이후 죄책감과 망상 속에서 살아가며, 과학적 진보와 인간적 고립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린다. 그러나 강서해와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기술이 초래할 미래에 대한 책임감을 인식하고, 인간적 신뢰와 사랑을 바탕으로 더 나은 선택을 시도하려 한다. 태술은 기술의 진보가 반드시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경고와, 그 안에서 인간성이 어떻게 기능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인물이다. 강서해(박신혜 분)는 폐허가 된 미래에서 현재로 온 인물로, 생존을 위해 단련된 신체 능력과 냉철한 판단력을 지녔다. 그러나 동시에 인간적인 따뜻함과 감정의 깊이도 함께 가지고 있는 캐릭터다. 그녀는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폐허 속에서 자라며 생존의 고통을 경험했고, 그러한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 인물이다. 태술을 지키려는 의지는 단순한 임무 수행을 넘어, 인간애와 사랑으로 발전하며, 그녀 스스로도 성장하고 변화하게 된다. 서해의 아버지 강동기(김종태 분) 역시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상징적 인물이다. 그는 딸이 미래에서 현재로 떠나는 것을 지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결과를 감당해야 하는 고통을 감내하는 존재다. 가족애와 희생이라는 감정선을 서해와 연결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컨트롤국’은 드라마의 주요 반대 세력으로, 시간 이동자들을 통제하고 제거하려는 정부조직이다. 이들은 겉으로는 질서를 위한 존재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시스템 유지를 위한 억압과 감시를 실행한다. 이 조직은 ‘미래는 절대 바뀌지 않는다’는 냉소적 전제를 내포하고 있으며, 태술과 서해의 이상주의와 극명한 대립을 형성한다. 서해의 동료 선호(태인호 분), 시간 여행을 중개하는 중개인 황현승(최정우 분) 등도 각기 고유한 목적과 동기를 가지고 극에 개입한다. 이들은 시간 여행이라는 기술이 인간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지만, 동시에 얼마나 쉽게 악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캐릭터들이다. 특히 중개인은 업로더를 상업화하며 이득을 취하는 존재로, 과학의 윤리적 문제를 상징한다. 등장인물 각각은 단순한 캐릭터를 넘어, 시간여행이라는 개념 속에서 인간의 존재, 선택, 책임, 그리고 사랑이라는 감정의 본질을 탐색하는 데 기여한다. 서로 다른 입장과 신념을 가진 인물들이 얽히고 충돌하면서, 드라마는 단순한 선악 구도가 아닌 복합적인 인간 군상을 형성한다. 이는 드라마의 깊이와 철학적 메시지를 강화시키는 중요한 구조적 장치로 기능한다.
한국형 SF의 실험과 가능성, ‘시지프스’ 총평
《시지프스: the myth》는 한국 드라마로서는 드물게 본격적인 SF 세계관을 도입하고, 시간여행과 기술 윤리, 인간의 존재론적 질문을 결합한 도전적인 작품이다. 드라마는 높은 제작비와 뛰어난 시각적 완성도, 그리고 상징성과 철학을 담은 서사로 주목받았으며, 국내보다는 오히려 해외 시청자들에게 더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드라마의 가장 큰 장점은 ‘시도’ 자체에 있다. 한국 드라마 시장에서 흔치 않은 SF 장르에 도전하고, 그 안에 한국적 정서와 철학, 감정선을 녹여낸 점은 높이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인간의 감정과 과학 기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감정 중심의 드라마 문법과 하드 SF의 개념적 구조를 접목하려는 시도는 새로운 시청 경험을 제공했다. 그러나 동시에 《시지프스》는 복잡한 설정과 다소 혼란스러운 플롯 구조로 인해 시청자 간 호불호가 크게 갈린 작품이기도 하다. 반복되는 시간 구조, 비선형적 내러티브, 추상적 개념들이 일반적인 시청 흐름을 방해한다고 느낀 시청자들도 있었으며, 일부 전개는 과도하게 설명적이거나 부족한 개연성으로 비판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가 시청자에게 던지는 철학적 메시지와 구조적인 시도는 충분히 주목할 만하다. 배우들의 연기는 전체적인 몰입감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조승우는 한태술의 이성과 감정, 천재성과 불안정함을 설득력 있게 표현했으며, 박신혜는 강서해의 강인함과 상처, 그리고 감정의 변화까지 섬세하게 그려냈다. 두 배우의 조합은 드라마의 중심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갔다. 연출과 촬영 또한 뛰어난 수준이었다. 미래와 현재를 오가는 시각적 표현, 폐허가 된 도시의 묘사, 그리고 업로더라는 장치를 시각화하는 데 있어 기술적으로 안정적인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BGM과 사운드 디자인 역시 극의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조율하며 몰입을 돕는다. 결론적으로 《시지프스》는 완벽한 드라마는 아니지만, 한국 드라마 산업의 장르적 확장을 보여주는 중요한 작품이다. 단순한 SF 스릴러를 넘어서,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 기술의 윤리, 그리고 반복되는 운명 속에서도 선택을 하려는 인간의 의지에 대한 이야기로 남는다. 이 작품은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가’에 있어 확고한 메시지를 가진 드라마이며, 그 의미만으로도 충분히 재조명될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