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N에서 방영된 《신의 퀴즈》 시리즈는 대한민국 최초의 메디컬 수사극으로, 희귀병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지적이고 밀도 높은 스토리라인을 자랑하는 작품이다. 류덕환이 주연한 천재 신경병리학자 '한진우' 박사의 활약과 각종 사건 해결 과정은 기존 수사물과 차별화된 매력을 발산하며, 시즌제 드라마로서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준 이정표로 평가받는다.
희귀병으로 진실을 추적하다
《신의 퀴즈》는 OCN에서 2010년 첫 시즌이 방영된 이래 총 5개의 시즌과 특별판까지 제작된 대한민국 대표 수사극 시리즈로, 특히 '의학'과 '수사'를 결합한 장르적 신선함으로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드라마의 중심은 국과수 출신의 신경병리학자 '한진우' 박사다. 그는 서울중앙지검의 의학범죄팀 소속으로 특별 채용되어, 의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의문의 사건들을 '희귀병'이라는 주제를 통해 해결해 나간다. 각 에피소드는 실제 존재하는 희귀병이나 유전질환 등을 사건의 주요 단서로 삼아 진행된다. 단순히 범인을 찾는 수사극이 아닌, 피해자의 증상과 사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의료 지식과 인간 심리를 정교하게 엮어낸다. 시즌 1은 한진우 박사가 팀에 합류하며 하나씩 사건을 해결해 가는 전형적인 구성이다. 하지만 시즌이 거듭될수록 한진우의 과거, 그리고 그를 둘러싼 인간관계, 트라우마, 내면의 균열이 점점 전면으로 드러난다.
특히 시즌 3과 4에서는 국내에서 자행된 불법 의료 실험, 희귀병 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 윤리와 과학 사이에서 갈등하는 전문가들의 모습이 더 깊이 있게 묘사된다. 이 드라마는 단지 의학적 트릭이나 지식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각 에피소드가 인간의 생명과 존엄성, 의료와 권력의 문제를 다루며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한진우 박사는 냉철하고 뛰어난 분석력의 천재이지만, 그 자신도 뇌질환을 앓고 있는 인물이다. 스스로 환자이자 의사인 그의 입장은 기존 수사극에서 보기 어려운 입체감을 부여하며 드라마 전반의 톤을 진중하게 만든다. 전반적으로 《신의 퀴즈》는 단편 에피소드 형식을 따르면서도 주인공의 성장과 내면 변화, 시즌 전체의 서사를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시청자에게 높은 몰입감을 제공한다.
지성과 감정의 경계를 넘나드는 캐릭터들
《신의 퀴즈》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각 인물들이 지닌 깊이 있는 설정과 에피소드마다 드러나는 감정의 결이다. 주인공뿐 아니라 주변 인물들도 성장과 변화를 보여주며 극의 리얼리티를 높인다.
한진우 (류덕환)은 국과수 출신의 천재 신경병리학자이며, 서울중앙지검 의학범죄팀의 실질적인 핵심 인물이다. 지적이면서도 엉뚱한 면모를 지닌 그는, 뇌질환을 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직관과 의료 지식을 바탕으로 사건의 진실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그의 캐릭터는 단순히 '브레인'에 머물지 않고, 정의감, 책임감, 그리고 환자에 대한 연민을 갖춘 인물로 묘사된다. 그는 과학자로서의 냉정함과 인간으로서의 감정을 끊임없이 조율해 나가며 복잡한 내면을 드러낸다.
강경희 (윤주희)는 초반 시즌에서 한진우와 함께 수사를 진행하는 형사로 등장한다. 이성적이고 단호한 성격을 지녔으며, 진우와의 티격태격 관계 속에서도 신뢰와 협력을 쌓아간다. 그녀는 감정적 반응보다 사실을 중시하지만, 때로는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네는 면모도 있다.
조영실 (박준면)은 국과수 소속의 감정 분석 전문가로, 특유의 유쾌한 성격과 날카로운 전문성으로 극의 분위기를 전환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그녀는 사건 해결에 있어서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는 ‘숨은 브레인’이다.
문재수 (김대명)는 진우의 절친이자 서울중앙지검 팀의 행정 담당 직원으로, 사건의 정황 정리와 현장 업무를 맡으며 팀워크의 중심을 이룬다.
이 외에도 각 시즌에 따라 강력계 형사, 검사, 의료 전문가, 피의자, 피해자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며 현실적이고 설득력 있는 이야기의 구조를 완성한다.
특히, 시즌 후반부에 드러나는 진우의 형 '한진무'와의 대립, 그가 속한 생명공학 기업과의 연결 구조는 과학과 윤리, 진실과 권력 사이의 갈등을 강도 높게 다루며 드라마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의학과 인간, 수사극 그 이상의 질문을 던지다
《신의 퀴즈》는 단순히 수사극의 변주를 넘어서 대한민국 드라마 시장에서 보기 드문 '메디컬 수사극'이라는 장르를 정착시킨 대표작이다. 이 작품은 희귀병이라는 생소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전문성과 대중성 사이의 균형을 잡는 데 성공했다. 의학 지식을 과하게 부각하지 않으면서도 적절한 정보와 사실을 전달하며 시청자의 흥미와 지식을 동시에 충족시킨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는 '생명은 수단이 아닌 목적이어야 한다'는 철학을 일관되게 유지한다. 각 에피소드 속 피해자와 피의자의 이야기에서 단순한 범죄가 아니라 인간 내면의 약함, 슬픔, 공포가 녹아들며 사건 하나하나가 작은 인생극처럼 다가온다. 한진우라는 캐릭터는 의학 드라마 속 천재의 전형을 따르되, 스스로도 병을 앓고 있는 환자라는 점에서 지식의 권위자가 아닌 ‘공감의 전문가’로 묘사된다. 그의 내면적 고통과 성장 서사는 시리즈 전체의 정서를 결정짓는 중요한 축이다. 기존 수사극의 공식에서 벗어나 수많은 인간군상을 희귀병이라는 프리즘으로 들여다본 이 드라마는 자극적인 설정보다 사실적 감정, 극적인 반전보다 내면의 변화를 통해 드라마가 줄 수 있는 진정한 울림을 선사한다. 결론적으로 《신의 퀴즈》는 단순한 범죄 수사극이 아닌 '의학과 인간'이라는 본질적 주제를 다룬 지적이면서도 감성적인 작품이다. 한국 드라마 시장에서 시즌제 드라마의 가능성을 보여준 중요한 전환점이자, 지금도 회자되는 장르물의 교과서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