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함에 따라 세금 제도는 그 어느 때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기존의 조세 체계는 근로소득, 자산, 소비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으나, 자동화와 디지털 전환이 확산되면서 이러한 전통적 과세 구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인공지능이 노동시장을 대체하고,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새로운 자산으로 자리 잡으며, 다국적 IT 기업들이 국경을 초월해 수익을 창출하는 상황에서 세금 제도는 새로운 기준과 협력 체계를 필요로 한다. 이 글에서는 인공지능이 노동시장과 세수 구조에 미치는 영향, 디지털 세와 같은 새로운 과세 방식의 필요성, 그리고 국제 공조를 통한 글로벌 조세 질서 재편의 가능성을 다각도로 검토한다. 이를 통해 인공지능 시대의 세금 변화가 단순한 제도 개편을 넘어 사회적 합의와 국제적 협력이 결합된 종합적 과제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인공지능 도입과 노동시장 세금 구조의 변화
인공지능 시대의 세금 변화에서 첫 번째로 주목해야 할 점은 노동시장의 구조적 변화와 그것이 세금 체계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이다. 현재 대부분의 국가에서 세수의 큰 부분은 근로소득세와 부가가치세, 그리고 법인세에서 확보된다. 그러나 인공지능과 자동화 기술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노동 기반의 세수는 점진적으로 감소할 수밖에 없다. 단순 반복 노동은 이미 자동화로 대체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회계, 법률 자문, 의료 진단, 금융 분석 등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던 분야까지 인공지능이 확장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기존의 고용 기반 세수 구조는 점차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히 세수 감소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적 불평등과 안전망의 위기를 동시에 초래할 수 있다. 고용이 줄어들면 국민의 소비 여력이 감소하고, 이는 다시 소비세수의 감소로 이어지며, 국가 재정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미래의 세금 제도는 노동 기반 과세에서 기술 활용 과세로 무게 중심을 옮겨야 한다. 이 과정에서 논의되는 대표적 방안이 ‘로봇세’다. 로봇세란 기업이 자동화 기술을 도입해 인력을 대체한 만큼 일정 세금을 부과하여 사회적 비용을 보전하는 제도다. 하지만 로봇세를 둘러싼 논의는 양면성을 지닌다. 과세가 지나치게 강화되면 기업의 혁신 의지를 꺾을 수 있고, 반대로 방임하면 사회적 불평등과 재정 불안이 심화된다. 결국 인공지능 도입과 노동시장 변화에 따른 세금 구조 개편은 기술 혁신과 사회 안정성 간의 균형을 찾는 것이 관건이다. 향후 국가들은 단순히 세금을 부과하는 차원을 넘어, 인공지능 기술 발전이 사회 전체에 기여할 수 있도록 조세 제도를 설계해야 하며, 이는 노동시장의 변화를 반영한 가장 중요한 정책 과제가 될 것이다.
디지털세와 새로운 과세 방식의 필요성
인공지능 시대의 세금 변화에서 두 번째로 중요한 화두는 디지털 세와 같은 새로운 과세 방식의 필요성이다. 현재 세계 경제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디지털 플랫폼 기업이다. 구글, 아마존, 메타, 애플과 같은 다국적 IT 기업들은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막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그러나 이들의 경제 활동은 물리적 국경을 초월하기 때문에 전통적인 세법으로는 적절한 과세가 어렵다. 실제로 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조세 회피처를 이용해 세금을 최소화하고 있으며, 각국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독자적인 디지털세를 도입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이 확산될수록 데이터와 알고리즘 자체가 경제적 자산이 되기 때문에, 이를 과세 대상으로 포함하는 논의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이 생산한 창작물이나 알고리즘 기반 서비스 이용료, 클라우드 인프라 활용 수익 등은 모두 새로운 과세 항목으로 검토될 수 있다. 그러나 디지털 세는 국가별로 독자적으로 운영할 경우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무역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국제적 조율이 필수적이다. OECD와 G20은 이미 다국적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과 디지털세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는 인공지능 시대의 조세 체계 개혁에서 중요한 진전이라 할 수 있다. 디지털 세는 단순히 세수를 확보하는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인공지능을 비롯한 디지털 경제의 부가가치를 사회 전체에 공정하게 환원시키는 장치다. 기술 발전으로 인해 발생한 이익이 일부 기업이나 특정 계층에만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재정과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는 데 활용되도록 보장하는 것이야말로 디지털세의 핵심 의의다. 따라서 앞으로의 조세 제도는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경제의 특성을 반영해, 과세 기준과 절차를 재설계해야 한다.
글로벌 공조와 지속 가능한 세금 체계
마지막으로 인공지능 시대의 세금 변화는 개별 국가 차원의 노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글로벌 차원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경제는 이미 국경의 개념을 초월한 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국경을 넘나들고, 다국적 기업이 전 세계에서 이익을 창출하는 상황에서 특정 국가만의 세제 개혁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 사회는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도입, 디지털세 기준 표준화, 과세 정보 자동 교환 시스템 구축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협력은 단순한 세수 확보 차원을 넘어, 세계 경제의 공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한다. 특히 인공지능 시대에는 기술 발전으로 인한 혜택과 부담을 전 세계적으로 균형 있게 분배하는 것이 핵심 과제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조세 격차 문제도 중요한 논의 대상이다. 글로벌 공조가 실패할 경우 일부 국가는 세수 확보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는 반면, 다른 국가는 불리한 조건에 놓일 수 있다. 따라서 국제 공조는 공정성을 높이고, 글로벌 불평등을 완화하는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동시에 세금 제도는 장기적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인공지능이 촉발한 사회 변화는 단기간에 끝나는 현상이 아니라, 앞으로 수십 년간 이어질 구조적 변화이기 때문이다. 세금은 단순히 국가 재정을 유지하는 수단이 아니라, 교육과 재훈련, 사회 안전망 강화, 혁신 투자 등 미래 세대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인공지능 시대의 세금 변화는 새로운 제도의 도입과 국제적 협력, 그리고 사회적 합의를 모두 요구하는 총체적 과제다. 국가와 국제 사회가 이러한 과제를 슬기롭게 풀어낸다면, 세금은 단순한 부담이 아니라 인류 공동체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